카테고리 없음

다이소는 왜 모든 걸 다 파는가? 초저가 만물상 속 전략 읽기

ohmoney 2025. 5. 13. 14:30

가격만 싸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다이소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연령, 성별, 직업을 불문하고 누구든 한 번쯤은 들어가봤을 법한 생활용품점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묘한 점이 있다. 도대체 이 회사는 왜 ‘모든 걸 다’ 파는 걸까? 가전제품용 정리함 옆에 반려동물 장난감, 그 옆에는 계절 한정 선풍기, 그리고 바로 옆에는 화장품과 방탄소년단 캐릭터 굿즈까지.

흔히 다이소는 ‘생활 속 모든 것을 저렴하게 파는 만물상’ 이미지로 통하지만, 이 단순한 인식 뒤에는 매우 정교한 전략과 데이터 기반 기획력, 소비자 심리를 정조준한 구조가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다이소가 왜 ‘잡다한 것’을 많이 파는지, 그리고 그런 전략이 어떻게 브랜드 충성도와 초저가 경쟁력을 동시에 만들어내는지를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살펴보자.

 

다이소는 왜 모든 걸 다 파는가? 초저가 만물상 속 전략 읽기

1. 범람하는 상품 뒤엔 철저한 ‘회전율 전략’이 있다

다이소의 매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관리하지?"일 것이다. 하지만 다이소는 단순히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순환시키고 자주 바꾸는 전략으로 수익을 만든다.

* 핵심은 ‘소량, 다품종, 빠른 교체’

다이소는 한 상품을 대량으로 오래 파는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과 주기적인 상품 교체를 택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는 ‘갈 때마다 새롭다’는 인식을 주고, 매장은 항상 신선함을 유지한다. 일반 유통매장이 SKU(상품관리단위)를 수천 개 운영하는 반면, 다이소는 약 3만 개가 넘는 SKU를 수시로 교체하며 초고속 상품 회전율을 자랑한다.

이 전략은 창고 부담을 줄이고, 재고 위험을 낮추며,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구매를 유도한다. 즉, 고객은 단순히 필요한 걸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또 뭐가 새로 나왔을까’ 하는 탐험심리로 방문하게 된다.

* 회전율이 곧 경쟁력

제품 단가가 낮다 보니 다이소의 이윤은 ‘많이 팔아야’ 나온다. 같은 제품을 오래 두고 팔면 이익이 적지만, 빠르게 회전되면 공간 효율과 수익률이 올라간다. 이 구조는 오히려 대형마트보다도 정교한 공간 최적화와 데이터 분석을 요구한다.

이처럼 ‘모든 걸 다 판다’는 인식은 사실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철저한 회전율 설계’라는 전략적 산물이다.

 

2. 초저가 제품, 단순 유통이 아니라 ‘자체 기획 상품(PB)의 힘’

사람들은 흔히 다이소를 수입 잡화점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로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은 자체 브랜드(PB) 혹은 자체 기획 상품이다. 이것이 다이소가 저렴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핵심 비결이다.

* 유통마진 없는 구조 = 진짜 초저가 실현

일반 유통매장은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매입하고, 유통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반면 다이소는 직접 기획하고 제조한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마진이 거의 없다. 게다가 생산지를 분산시켜 가격을 낮추는 전략(중국, 베트남, 인도 등)도 병행하면서, 원가를 최대한 낮춘다.

이렇게 만들어진 PB 상품은 단순한 ‘싸구려’가 아니라,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고효율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된다. 그 결과, MZ세대와 주부층은 ‘다이소 제품은 싸면서도 쓸 만하다’는 신뢰 기반을 형성하게 되며 재방문을 유도하게 된다.

* 모든 상품은 ‘실험실’이다

다이소의 상품 개발은 마치 실험실 같다. 수요가 클 것 같은 아이템은 작게 테스트하고, 반응이 좋으면 빠르게 확장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계절에 맞는 캠핑 소품이나 인테리어 아이템을 소량 출시한 뒤, SNS 반응을 보고 다음 시즌 생산량을 조절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다이소는 항상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거나 빠르게 흡수하는 데 강하다. 무작정 상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가장 ‘살만한 것들’만을 골라 넣는 셈이다.

 

3. 다이소는 ‘유통채널’이 아니라 ‘소비 데이터 실험장’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다이소가 스스로를 단순한 ‘물건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 트렌드 실험의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 온라인보다 빠른 피드백 시스템

다이소는 전국 1,4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일 들어오는 판매 데이터와 고객 피드백을 정밀하게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각 상품의 실적, 지역별 인기, 계절 반응 등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만든다.

이를 기반으로 다이소는 단종, 재입고, 확장, 기획 변경 등을 매우 빠르게 결정한다. 즉, 다이소는 오프라인 데이터 기반의 민첩한 A/B 테스트 플랫폼이며, 하나의 ‘테스트형 마켓’으로 작동한다.

* ‘다이소발 유행’은 이미 현실

최근에는 ‘다이소발 트렌드’가 거꾸로 시장을 움직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서 시작된 미니 가습기, 감성 문구, 휴대용 선풍기 등은 이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로 확산되며 유사 상품을 양산하게 만들었다.

즉, 다이소는 소비자의 반응을 통해 시장성을 미리 예측하는 리트머스 테스트 공간이 되었고, 이는 단순 유통 이상의 가치와 영향력을 가진 셈이다.

 

즉, 무질서한 듯 질서 있는 다이소의 빅픽처

다이소는 얼핏 보면 복잡하고 산만한 만물상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철저하게 설계된 전략이 있다. 상품 회전율을 높이는 공간 최적화, 유통마진을 줄인 PB 시스템,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 반영하는 데이터 실험장.

모든 걸 다 파는 것처럼 보여도, 결코 무계획적으로 넣는 것이 아니다. ‘싸고 많아서 좋다’는 첫인상은, 알고 보면 치밀한 전략과 기술 기반의 성과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이소는 단순한 생활용품점이 아니라, 미래 유통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빠르게 반응하며,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이곳은 결국, 진화하는 유통의 가장 현실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