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움츠릴 때, 혼자 도약한 브랜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줄어든 소비 심리,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드리운 유통업계. 이런 상황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 성장 그래프를 보여주는 기업이 있다. 바로 CJ그룹 계열의 헬스&뷰티 스토어, ‘CJ올리브영’이다.
많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이 폐점 위기에 몰리고, 오프라인 매장들이 줄줄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올리브영은 오히려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고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운이 좋았겠지”, “CJ니까 가능한 거 아냐?”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운이나 대기업 파워 이상의 전략과 통찰, 실행력이 숨어 있다.
‘잘되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이 글에서는 CJ올리브영이 불황 속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를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당신이 브랜드 마케터든 창업 준비생이든, 이 글에서 하나쯤은 반드시 얻어갈 인사이트가 있을 것이다.
1. ‘오프라인은 죽었다’는 편견을 깬 공간 전략
‘올세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올리브영 매장은 도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쟁이 치열했던 아리따움, 미샤, 더페이스샵 등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왜일까?
그 이유는 단순히 매장을 많이 열었기 때문이 아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체험과 큐레이션의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예전의 드러그스토어가 단순한 진열 매장이라면, 지금의 올리브영은 ‘트렌드를 경험하고 SNS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 되었다.
특히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쇼핑 성지로 떠올랐고, MZ세대에게는 ‘인스타 감성’으로 가득한 포토존이 되었다. 각 매장은 지역별 소비자 데이터를 반영해 상품 구성을 차별화하고, 베스트셀러부터 니치 브랜드까지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단순히 ‘사는 공간’을 넘어 ‘놀고 찍고 공유하는’ 경험형 공간으로 진화시킨 것이 핵심이다.
또한, 단골고객 확보를 위한 ‘오늘드림’ 퀵배송 서비스와 모바일 앱 연동은,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까지 갖추게 해주었다. 단순히 ‘오프라인 vs 온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품은 오프라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셈이다.
2. PB상품과 K-뷰티의 파트너십
CJ올리브영은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에 힘써왔다. 대표적인 예가 ‘브링그린’, ‘라운드어라운드’, ‘보타닉힐보’ 같은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저가 대체품이 아니라, 기능성과 감성을 모두 갖춘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올리브영은 중소 K-뷰티 브랜드들에게 중요한 플랫폼 역할도 해왔다. 요즘 SNS에서 뜨는 화장품 브랜드 대부분이 올리브영 입점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 런칭 초기부터 마케팅, 입점, 팝업스토어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생 브랜드 성장을 도와왔고, 이를 통해 독점적 제품 구성을 확보했다.
소비자는 ‘올리브영에 가면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방문하고, 브랜드는 ‘올리브영에 입점하면 뜰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이 선순환 구조는 결국 CJ올리브영이라는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최근에는 ‘클린 뷰티’, ‘비건 화장품’, ‘친환경 패키징’ 등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적극 발굴하고 소개함으로써 MZ세대의 취향까지 저격하고 있다. 단순한 뷰티숍이 아니라 ‘K-뷰티 편집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 것이다.
3. 하버드도 주목한 유통 전략의 진화
CJ올리브영의 성공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24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은 올리브영의 성장 전략을 실제 수업 사례로 채택했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하버드대는 특히 ‘옴니채널 전략’과 ‘PB 브랜드 강화’를 높게 평가했다. 매장을 단순 유통 공간이 아닌 미디어 플랫폼화한 점,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상품 전략, 디지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 등은 글로벌 리테일 시장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한 전략으로 손꼽힌다.
또한, CJ올리브영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K-뷰티’가 세계로 뻗어가는 과정에서 CJ올리브영은 유통과 브랜드 양 측면에서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올리브영은 단순히 ‘화장품 가게’가 아니라, 콘텐츠와 트렌드, 플랫폼, 물류까지 융합한 종합 유통 브랜드로 진화해온 것이다.
결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든 자, 올리브영
누구나 어려운 시기라고 말할 때, 올리브영은 한발 더 움직였다. 단순히 버틴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과 시대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회를 만들었다. ‘불경기에도 잘 되는 곳은 있다’는 사실을 올리브영은 증명해 보였다.
이 성공에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 고객 중심의 공간 전략 + 유연한 상품 구조 + 디지털 연계 플랫폼화. 올리브영은 이 공식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실현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갈 수 있는 뷰티 공간’이자, 브랜드 입장에서는 ‘성장 파트너’인 올리브영. 당신이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마케터라면 이들의 행보에서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
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생각보다 구체적이다.